내 기억이 시작된 곳.
그곳에서 나는 아빠, 엄마와 같이 있었다.
500원짜리 장난감이 동봉된 사탕을 들고
난 웃고 있었다.
엄마는 내게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며 말했다.
"주용아, 밥먹으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우리 엄마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우리 엄마는 정말 좋은 분이시다.
아름답고 인자하고 똑똑하시고.
명지대를 수석으로 졸업하신 엄마는
중학교를 중퇴한 우리 아빠와 결혼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두 분이 어떻게 만났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학벌이나 집안 등을 보는 중매는 아닐 것 같고...
아마 아빠, 엄마와의 로맨스가 있겠지.
궁금하긴 하지만 이젠 어쩔 수 없으니까. 히히
그런 엄마에게 몇번 크게 혼난적이 있었다.
아마 대부분 거짓말을 했을 때 였던 것 같다.
당시 '달려라, 하니'라는 만화가 오후 4시에 했었는데
오후 3시쯤에 장난으로 시계를 한시간 앞으로 돌려놓고
엄마보고 TV를 틀어달라고 했었다.
머리를 기우뚱하시며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시던 엄마를 보고
난 박장대소를 했다. 그리고 난
초전박살났다.
......
우리 엄마는 좋은 분이셨다.
"주용아, 입맛 없으면 물이라도 말아 먹으렴."
다시금 엄마의 인자한 목소리가 떠올랐다.
하지만 기억속의 나는 그런 목소리에 상관없이
500원짜리 장난감을 만지작 만지작하고있다.
엄마는 그런 나를 웃으며 바라보고 계셨다.
갑자기 아빠가 밥도 다 드시지 않았는데
숟가락을 놓으시고 뒤로 물러나셨다.
그리고 등을 돌린채 신문을 바라보셨다.
난 그 모습에 전쟁터에서 같이 싸우던
동맹군이 날 버리고 도망가는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여전히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있다.
"주용아... 밥 먹을 때에는 밥 먹는 것에 집중하라고 했었지?"
다시금 엄마의 인...자...한 목소리가 들렸다.
음...
그 이후로 10분의 기억이 없다.
요새 말로는 단기기억상실증?
기억이 이어진 곳에는
아빠는 여전히 신문을 보며 '험험'하는
헛기침 소리를 내고 계셨고
어머니는 이마에 힘줄하나를 보이시며
인.자.하게 웃고계셨다.
그리고 나는...
꾸역꾸역 밥을 먹고 있었다.